
마음을 다 해 읽었다.
수능 시험을 본 이후로 문학소설을 이처럼 열심히 읽고 또 읽은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지금은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된 친구가 추천해 준 두 권의 책 중 하나인 경애의 마음.
이 책이 다음 독서토론 주제로 선정! 그것은 나의 선호와는 관계 없는 책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올해의 책읽기 중 얼마의 목표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이 책을 독서토론 모임에 추천할 때 찾아본 정보는, 같은 아픔을 지닌 두 남녀의 연애이야기?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책을 펼쳐본 후, 응??
주인공인 경애와 산호는 회사에서 동료로 만나지 않있으면 싶은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 후 책의 절반 정도를 읽고 난 후에도 그 둘이 응당 사랑에 빠지려는 낌새를 전혀 보이지 않아,
성질 급한 나로써는 너무너무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책의 뒷부분을 스르륵 넘겨본 건 안비밀.
(연애이야기라며, 연애는 언제 해? 아픈 과거로 서사는 완성되고 그걸 발판 삼아 설렘 가득 연애 하는 내용의 소설 아니었어?)
아무튼, 책을 다 읽고 난 후, 두 주인공에 대한 나의 판단은 바뀌었다. 부러운 존재들로.
경애는 E에 대한 마음을 저 어딘가, 블로그 한 카테고리 속에 ‘봉인’했다. 간혹 산주가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채고 그에 대해 묻고 그에 대한 대화를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E에 대해 같은 아픔을 겪은 상수에게 경애는 그 봉인을 완전히 해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그랬다. 상처와 아픔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걸 온전히 털어놔야 한다고. 정신과 상담엘 가면 의사의 역할은 조언이 아니고 잘 털어놓을 수 있게 유도하고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그런 점에서 볼 때 사실 그 상대는 꼭 정신과 의사일 필요도, 가족일 필요도, 가까운 사이일 필요도 없다.
나도 (내 기준) 인생 어려웠던 시절,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걸 터놓았던 기억이 있다. 마치 정신과 상담 의사를 만난 것처럼.
가족도, 친구도 못해주는, 하물며 제3자라도...
같은 아픔이라면 얼마나 서로 공감할 수 있고 대화가 잘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경애와 상수를 보는 나의 시선은 수백번 바뀌었지만 다 읽고 난 후 마지막 나의 시선은 ‘부러움’이었다.
서로를 보듬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해 나갈 그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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